◀ 앵커 ▶
벌꿀 얹은 아이스크림, 벌꿀 첨가 음료, 꿀맛 과자까지.
꿀이 한동안 식품업계의 화두였죠.
◀ 앵커 ▶
이렇게 '꿀맛'을 즐기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꿀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.
먼저 나세웅 기자가 둘러봤습니다.
◀ 리포트 ▶
벌집 앞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더니 재빠르게 꿀벌을 낚아챕니다.
등검은말벌입니다.
아열대 기후에 서식하는 외래종이지만 이미 한국의 겨울에도 적응했습니다.
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뒤 10여 년 만에 경기 북부까지 확산됐습니다.
꿀벌이 주 먹이인 등검은말벌의 습격으로 이 농가는 지난가을 벌통 서른 통을 포기해야 했습니다.
[강순종/양봉 농가]
"조금 소홀히 한 농가들은 벌이 송두리째 망가진 농가들이 많이 있습니다."
본격 활동 철이 아닌데도 포획틀에서 일주일 만에 100여 마리가 잡혔습니다.
특히 경남과 전남지역의 피해가 큽니다.
[권재석/양봉 농가]
"하루에 200~300마리는 잡아먹는 것 같아요, 한 마리가. 양봉 농가에서는 꿀벌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어요."
강력한 천적의 등장에 꿀 모으기는 더 어려워져 지난해 국내 꿀 생산량은 900톤가량 줄었습니다.
◀ 앵커 ▶
토종벌은 말벌을 물리치기도 합니다.
'붕붕' 소리를 내면서 경계령을 내린 뒤에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말벌을 에워싸고 날개 진동으로 치사 수준까지 온도를 높여서 막아내는 건데요.
이런 토종벌은 전체의 5%뿐입니다.
나머지는 유럽 꿀벌로, 외래종 말벌에는 속수무책이죠.
◀ 앵커 ▶
꿀이 나오는 나무도 줄고 있습니다.
꿀 80% 가까이가 나오는 아까시나무는 70년대에 비해 10그루 가운데 9그루가 사라졌고요.
오래돼서 품고 있는 꿀 양도 줄었습니다.
산림청이 헝가리산 아까시나무를 들여와 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.
◀ 앵커 ▶
달라진 기후도 꿀벌을 괴롭힙니다.
9년 전만 해도 아까시 꽃은 5월 초 남부 지방에서 피기 시작해 강원도에서 지는 데까지 한 달이 걸렸습니다.
꽃을 따라 이동하면서 네다섯 차례 꿀을 모을 수 있었는데 작년에는 전남과 경기도에서 동시에 꽃이 피었고요.
전국에서 아까시 꽃이 질 때까지 보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.
예전의 절반입니다.
◀ 앵커 ▶
벌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이 사라지면 과일과 농작물 모두 열매를 맺기 어렵죠.
영양소 부족에 따른 질병으로 매년 142만 명이 숨질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.
미국에선 벌 서식지를 늘리고 살충제를 규제하는 대책까지 내놨습니다.
이주훈 특파원입니다.
◀ 기자 ▶
이 제품은 미국의 어린이들이 가장 즐겨 먹는 벌꿀 시리얼입니다.
이 '버즈'라는 이름의 꿀벌 캐릭터도 상당히 인기가 있는데요.
이 제품에서는 버즈가 사라져버렸습니다.
대신 "꿀벌을 되살립시다."라는 글귀가 적혀있는데, 꿀벌 보호 캠페인 차원에서 캐릭터가 사라진 제품을 내놓은 겁니다.
◀ 리포트 ▶
미국에서는 살충제와 제초제 남발로 매년 전체 꿀벌의 30~40% 정도가 폐사하는 상황입니다.
[에릭 뮤센 교수/UC 데이비스]
"꿀벌은 독극물의 바다에서 일하는 셈입니다. 결국 못 견디고 죽어버리죠."
꿀벌의 감소는 전 세계 생산량의 80%를 수확하는 미국 아몬드 농장에겐 재앙입니다.
꿀벌이 꽃가루를 옮겨주지 않을 경우 열매를 거둘 수 없습니다.
벌통 한 개를 빌리는 가격이 200달러까지 올랐는데 이를 노리는 도둑들도 극성입니다.
[오언 존슨/양봉업자]
"3년 연속으로 벌통을 도둑맞았습니다."
◀ 앵커 ▶
최근 몇 년 사이 도심 옥상에, 또는 철로 옆 자투리땅에 양봉장을 차리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.
도시에서도 꿀벌을 살려 생태계를 지키자는 건데요.
이번에는 조재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.
◀ 리포트 ▶
궂은 날씨에 벌은 괜찮은지, 서툰 손놀림으로 살펴봅니다.
"어떡해, 어떡해."
"여기 어떻게 해, 얘 나가게 생겼어요."
건물 옥상에서 벌을 기르는 초보 양봉꾼들입니다.
[민경란]
"벌들이 지금 집 안에만 있고 굉장히 신경이 예민하고 날카로운 상황이거든요."
벌통 하나당 1년에 10~15킬로그램 정도의 꿀을 생산합니다.
꿀벌이 꽃의 수분을 돕고 다른 곤충들과 새가 따라 늘면서 도시 생태계가 다양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.
현재 명동, 강남 등 서울에서만 27곳에서 벌을 키우고 있고, 이미 런던, 뉴욕 같은 세계 주요 도시에선 어른 아이 따로 없이 도시 양봉에 참여하고 있습니다.
[박진/어반비즈 서울 대표]
"환경이라든지 아니면 생태 이런 쪽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, 도시 양봉이 더 많은 분들에게 지금 하나의 취미이자 아니면 하나의 운동으로…"
◀ 앵커 ▶
사람도 먹고살기가 힘든데 벌까지 걱정해야 하나, 할 수도 있겠죠.
그런데 벌이 사라진 곳엔 사람도 살기 어렵습니다.
대책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죠.
[앵커의 눈]이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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